[윤성민 칼럼] 횡재세는 4중 과세다

입력 2023-11-15 18:34   수정 2023-11-16 11:43

요즘 은행을 좋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 세계 고금리 기조에 편승해 편하게 이자 장사를 하면서 사상 최대 이익과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데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은행업 구조를 보면 화가 더 치밀 법하다. 정부가 인허가로 진입장벽을 쳐주고 있는 데다 혈세인 공적자금마저 투입됐다. 국가로부터 이렇게 보호받으면서도 고금리로 고통받는 금융 소비자에게 소홀히 하자 비난은 더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도, 금융 감독 당국 수장도 연신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난하고 금융 약자 지원을 압박하는 판이다.

대통령이 은행을 때리자 민생 의제를 뺏기지 않으려고 더불어민주당은 더 자극적인 방안을 들고나왔다. 은행의 초과 이익의 최대 40%를 환수하겠다는 횡재세다. 그런데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조세 형태가 아니라 ‘상생 금융 기여금’이란 명목의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 작명이다. 이름이야 어찌 됐든 강제성을 볼 때 결국 세금이다. 민주당은 이중과세를 의식했다고 하지만, 횡재세는 실질적으론 이중과세를 훨씬 넘는 다층 중과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횡재세는 한국의 주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4중 과세다.

우선 법인세의 세금 구조부터 보자. 흔히들 법인세라고 하는 기업 소득세는 법인(法人)이라는 의인화된 법적 구조물이 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살아있지도 않은 법인이 어떻게 세금을 부담할까? 궁극적으로 세금을 감당하는 주체는 주주라고 하는 실제 사람이다. 기업에 법인세가 부과되면 기업은 주주에게 배당할 이익금에서 법인세를 낸 뒤 남은 재원으로 배당하게 된다. 주주는 배당받을 때 배당소득세(한국은 지방소득세 포함 15.4%)를 또 내게 된다. 기업은 한 번 벌지만, 주주는 두 번 세금을 내는 이중과세 구조인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 주주들은 기본적으로 이중과세인 법인세 구조에서 또 한 번의 중과세를 당한다. 4단계로까지 늘어져 있는 누진 세제 탓이다. 영업이익이 3000억원 넘는 기업의 법인세율은 24%로, 최저세율 적용 기업(9%)에 비해 3배 가까운 고율을 적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나라의 법인세 과표구간은 1~2단계다. 3단계를 넘는 나라는 38개국 중 룩셈부르크(3단계), 한국(4단계), 코스타리카(5단계) 등 단 3개국뿐이다.

선진국들이 법인세율을 단순화하는 이유는 우선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과거 8단계에 걸쳐 15~35%의 누진세율 구조이던 미국은 2018년 21% 단일세율로 바꾼 뒤 주요 5개국(G5)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법인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준다. <맨큐 경제학>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 미 하버드대 교수의 표현처럼 법인세 감세 시 주가, 투자, 생산성, 임금, 소비자 후생에 걸쳐 광범위한 긍정적 연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교과서적’이다. 세제 논리의 정합성도 있다. 법인 이득의 궁극적 귀속처인 주주들에게 누진 소득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므로, 법인세 단계에서부터 누진세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런 3중의 중과세 구조에 또 한 가지 세금을 더 얹겠다는 것이 횡재세다. 은행의 이익 사회 환원이 필요하다는 것과 세목 증설은 별개 사안이다. 일시적 외부 요인으로 이익이 급등했다고 세금을 거두기 시작하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만의 천재지변으로 TSMC 가동에 커다란 차질이 생겨 삼성전자가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는 일이 생긴다면 그 또한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말란 보장이 없다.

민주당의 횡재세는 로빈후드세 발상이다. 자본을 과도한 이윤을 탐닉하는 악당으로 그려 놓고, 정치는 약자를 대변하는 정의의 사도로 등장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로빈후드세가 성공한 적은 없다. 징벌적 세금은 오히려 국가를 멸망으로 몰아갔다. 로마제국, 오스만제국이 그러했다. 가까이에는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기업의 이익 대비 총부담 세율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를 넘는 나라다. 베네수엘라 공항에는 호흡세마저 있다. 민주당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도 “모순적이긴 하지만 세수가 부족한 시기에 세수를 늘리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궁극적으로 세율을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부자 감세’했더니 ‘감세 부자’되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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